검찰이 '진천산단브로커' 이모(52·구속기소)씨의 횡령비리 수사와 관련해 중견기업 A사의 회장과 회계담당자를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청주지검 특수부는 지난 11월21일 A사 회장 집무실과 회사, 자택에서 압수한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회계자료 등을 분석하고 있다. 검찰은 압수수색 당시 회장과 회계담당자의 휴대전화도 압수해 통화내용 등을 세밀히 조사하고 있다.

이씨의 회삿돈 횡령 비리를 수사하던 검찰이 갑자기 수사 방향을 선회하면서 종착역이 어디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의 수사 방향은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첫째는 이씨의 회삿돈 횡령 비리에 대한 수사다. 검찰은 지난 5월 말께 A사로부터 이씨의 수십억원대 회삿돈 횡령 의혹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해 수사에 착수했다.

이씨는 A사의 자회사인 B사 대표와 친분을 유지하며 진천군 문백면 정밀기계 2산단 조성을 추진한 인물이다.

그는 A사에서 대여금 명목으로 수십억 원을 받아 지방의원에게 '관리형 로비자금'으로 전달하거나 개인적인 용도로 착복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씨와 B사 대표 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A사 회장의 횡령과 배임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장을 피의자로 입건한 검찰은 회삿돈을 횡령해 어디에 사용했는지 수사하고 있다.

이씨를 조사하면서 전 1급 고위공무원과 지방의원 등에게 산업단지 조성 편의 대가로 수백만원 상당의 금품을 주고 향응을 접대했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혹이 점차 불어나고 있는 A사의 정밀기계산업단지 조성 특혜의혹도 수사의 한 축이다.

검찰은 충북도청에서 A사의 투자협약서 등 정밀기계 산업단지 조성과 관련한 서류를 제출받아 상세히 훑어봤다.

도청 공무원 등을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한 검찰은 A사가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본사를 진천군으로 이전하면서 군유지를 헐값에 매입해 산업단지를 만들고, 투자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점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A사는 군과 투자협약 양해각서(MOU) 체결 당시 투자 규모를 7500억 원으로 책정했지만, 1000억 원도 투자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09년 12월 7일 진천군과 A사 회장이 날인한 A사의 진천군 이전에 관한 합의서에는 2010∼2014년 1차 사업비 5000억 원, 2015∼2019년 2차 사업비 2500억 원을 투자한다는 내용이 적시돼 있다.

검찰이 A사 회장의 불법정치자금이나 뇌물공여 비리에 초점을 두고 수사한다는 관측도 있다.

A사는 정치인에게 고액의 정치후원금을 내는 회사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회장과 수행비서, 회계담당자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통화내역 등을 상세히 분석하고 있다.

회계담당자를 피의자로 입건해 조사한 검찰은 A사에서 대여금 형태로 뭉칫돈이 빠져나간 정황을 확인해 이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 조사하고 있다.

이번 검찰 수사에서 A사 회장과 특정 정치인의 비리 연관성이 드러날 경우 수사는 전방위로 확대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