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에 공장이 있는 현대차그룹의 최대 부품공급업체인 현대모비스가 초 긴장 상태에 빠졌다.

정부가 차량 정비명세서에 '순정용품'이라는 용어 사용을 금지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즉 명세서에 순정부품과 일반부품(재 제조품)으로 구분해 표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이와 관련해 자동차 순정용품과 재 제조품이 성능에서 차이가 없고 소비자들에게 재 제조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없애기 위해 이같은 내용을 담은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을 지난 5월 입법 예고한 바 있다.

국토부는 이미 관계부처와 협의를 끝내고 소비자원의 의견수렴도 마친 상태다. 이에 따라 시행규칙은 법제처 심사를 거쳐 오는 10~11월께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순정용품은 모비스가 여러 하청업체에서 납품 받아 공급하는 부품으로 부품의 안전성과 신뢰성이 높다.

이 때문에 순정용품은 소비자들에게 마치 '진품'이라는 의미로 각인돼 있다.

이에 비해 재 제조품은 특정 부품을 분해 후 다시 조립해 새 제품과 같은 성능을 내도록 만들었다.

분해, 세척, 검사, 수리, 조립 등의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성능면에서 순정용품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특히 이 제품은 부품을 재활용해 만들기 때문에 에너지와 자원을 절약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에 따라 현대모비스는 정부의 이같은 방침에 위기감을 드러내며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순정용품 가격이 재 제조품에 비해 가격이 비교적 비싸고 순정용품과 재 제조품 품질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다면 소비자들이 굳이 비싼 돈을 내고 순정용품을 구입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소비자들이 경기침체로 저렴한 제품을 선호하는 분위기를 감안할 때 그동안 매출 증가로 '잘 나간' 현대모비스가 재제조품 판매 증가라는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정비업체는 정비를 한 후 정비명세서에 차량제작사 부품(순정용품)과 일반 제품(재제조품)으로 나눠 표기했다"며 "그런데 이 같은 구분이 소비자들에게 제품 품질에 대해 오해를 불러 일으키는데다 품질도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구분해 표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순정부품일 경우 보증수리가 가능하지만 일반제품은 보증수리가 불가능해 소비자 피해나 분쟁 소지, 그릭 품질 문제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국내 자동차 부품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세계 순위 8위를 기록한데 이어 2020년 '글로벌 톱 5'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08년 2월 진천군 문백면에 준공된 진천공장은 현대모비스 최고의 공장으로 전국적인 생산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연간 AVN 50만대, 오디오 90만대, 전장품 750만개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900여명에 달하는 인력이 생산, 품질, 지원, 연구개발 등 생산에 매진하고 있다.

따라서 이같은 위기감이 현실로 다가올 경우 진천지역은 물론 충북지역 경제에 큰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한편 정부의 이같은 방침에는 '재 제조업체 살리기'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