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원 우체국장

하계휴가를 아내 친구들 부부동반 모임에 함께 어울려 제주도를 다녀왔다.

휴일 날 가끔씩 건강 차원에서 인근에 산행정도 하면서 만나다가 서서히 발전하여 휴가 이야기를 했었는데 부지런한 총무가 몇 개월 전에 항공 예약을 했다고 한다.

평소 바쁘다는 핑계로 여행을 즐기지 않아 아내로부터 불평을 들어왔고 모임에서도 눈치를 받는 처지라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제주도는 학창시절 수학여행 때 처음 가본 후 몇 번 가보았지만 갈 때마다 새롭고 이국적인 느낌이 든다.

달라지고 있는 것은 외국인 관광객이 크게 증가하여 주위에 낯설은 언어 사용하는 사람들을 자주 접하게 되고 곳곳의 안내표지판에도 외국어로 표기된 게 눈에 띄었다.

태풍이 온다기에 출발 첫날 제일 먼저 간 곳이 ‘마라도’인데 마라도는 우리나라 최남단 지역이라는 상징적 의미로 관광객이 즐겨 찾고 있다.

해상에서 바라보는 형제섬, 산방산이 한라산과 어우러져 남서쪽 제주의 모습이 천혜의 비경을 이루고 일출과 일몰을 함께 감상 할 수 있다.

안내원의 안내에 따라 곳곳에 조성된 올레길, 승마장, 천지연 폭포, 서귀포 김정희 유배지, 한라산, 제주절물 자연 휴양림 등 일정이 빽빽하게 부지런히 고루 다녀 보았다.

그 중에서 제주절물 자연 휴양림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절물이란 지명의 유래는 옛날 절 옆에 물이 있었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현재는 절은 없고 약수암이 남아있다.

제주시에서 20분 거리로 입구에서부터 쭉쭉 뻗은 50여년생의 삼나무 숲에서 은은한 숲 향기 ‘피톤치드’가 뿜어져 나와 기분이 상쾌하고 몸과 마음을 맑아지게 하여 일행 모두가 감탄하였다.

울창한 숲으로 한여름에도 시원함을 주며 균형있게 설치해놓은 산림문화휴양관, 맨발지압 효과의 건강 산책로, 오름 등산로, 숲속의 집 등은 가족 단위 휴가는 물론 단체별 교육이나 연수, 특히 하계 수련회 장소로 적합하다.

우리나라 일반 국민들에게 휴가나 여행 그리고 행복이라는 단어가 귀에 익숙하게 들리기 시작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지난날은 한마디로 먹고 살기에 바빠 허리띠 졸라매고 앞 만보고 달려도 어려웠고 휴가나 여행하면 생소하고 나와는 무관한 먼 나라 또는 가진 자들만의 사치로 생각하곤 하였다.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지만 필자가 80년대 중반 우정 업무 연수목적으로 태국에 있는 ‘아태우정연수소’에 갈 당시만하여도 외국에 나가려면 당국의 허가가 있어야 했고 엄격히 통제되었다.
국내경제는 물론 수출 또한 미약하여 6개월 연수동안 태국에서 우리나라 제품을 본 것은 조그마한 손톱깍이와 젓가락 밖에 구경하지 못했다.

도로위의 자동차는 대부분 일제였고 일본 문화가 넓게 자리 잡고 있어 우리나라와 일본과의 격차가 크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국력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 후 나라 경제가 크게 성장하고 무역이 활발해지면서 우리나라 기업이 세계 곳곳에 진출하게 되어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게 되었고 80년대 후반부터 해외여행 자유화가 되어 현재는 해외여행 붐이 도처에서 넘쳐나고 있다.

근래에는 우리나라 화폐가 외국에서 통용되기도 하고 친구나 이웃 등 지인들을 지구촌 곳곳에서 여행 중에 만나기도 한다고 하니 격세지감(隔世之感)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젠 해외여행이 누구에게 자랑거리도 아니고 자제할 때 이며 다시 한번 생각하고 자기 수준에 맞게 하여야 한다고 본다.

그 동안은 못살고 굶주렸던 삶에 대한 한풀이라도 하듯 너도나도 해외로 남이가니 나도간다는 식으로 나간 것이 사실이다.

특히 명절이나 연휴 기간 때 해외여행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는 언론 보도를 보면 우리가 벌써 지난 어려운 시절을 빨리 잊는 듯하여 안타까움이 든다.

우리나라도 금수강산이라 하듯이 전국 방방곡곡 아름답고 가볼만한 명소가 너무나 많이 있다.

우리는 이를 잘 관리하여 외국에서 관광객이 몰려올 수 있도록 관광 인프라를 잘 구축하여야 하고 후손들이 보다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아름답게 보존하여야 한다.

또한 여행은 무조건적으로 외국으로 나가기보다는 우리나라 곳곳을 먼저 살펴본 후에 형편에 맞게 해외로 눈을 돌리는 지혜가 바람직한 여행관이자 우리들 삶의 올바른 자세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