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 단설유치원 건립예산 삭감을 둘러싼 충북도의회와 학부모단체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진천학교학부모연합회와 진천학교운영위원협의회, 충북학교학부모연합회 등 5개 단체 회원 100여 명은 12월17일 오전 325회 정례회를 진행 중인 도의회를 항의 방문해 단설 진천유치원 설립예산을 삭감한 이유를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전액 국고로 추진하는 단설유치원 건립사업을 민주당이 장악한 도의회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방해하고 있다"며 "학부모의 90%가 찬성하고 건립예정지까지 매입한 상황에서 도의회가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함으로써 진천지역 어린이들이 양질의 교육을 받을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주장했다.

예결위원이면서 보육시설 운영 경력이 있는 노광기(비례·민주) 도의원을 겨냥하기도 했다.성명서를 통해 이들은 "전국사립어린이집위원장 출신이면서 지금도 가족 명의로 사립어린이집 여러 개를 운영하는 의원이 수년간 단설유치원 예산삭감을 주도하고 있다"며 "도의회는 '당사자 배제' 원칙도 모르느냐"고 지적했다.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민주당 소속 도의원들이 유력한 새누리당 차기 지사 후보인 이기용 교육감을 손보기 위해 예산을 칼질한 것 아니냐"며 "교육예산을 정쟁의 도구로 삼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학부모들의 거센 항의를 받은 도의회는 한 발 빼는 모습을 보였다.단체 대표자와 면담하는 자리에서 예결위 부위원장인 이수완(진천2·민주) 도의원은 "진천 단설유치원 건립예산을 삭감한 데는 절차상의 오류 등 그만한 이유가 충분히 있었다"면서도 "내년 3∼4월에 있을 (도교육청)1회 추경예산 심의 때 이 예산이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확약서를 써달라는 요구에 이 의원과 박상필 교육위원장 등이 난색을 보이자 학부모 단체 대표자들은 "추경 예산안 심의 때 반드시 예산을 되살리겠다는 공식 답변을 20일까지 내놓지 않으면 대규모 항의집회도 열 것"이라고 압박했다.

앞서 도의회 예결위는 지난 6일 '2014년도 충북도교육비특별회계 세입·세출예산안'을 심사하면서 '가칭 진천 단설유치원 설립비' 78억원을 전액 삭감했다.지난 10일엔 일부 도의원들이 '수정안'을 본회의에 상정해 표결을 벌였지만 부결됐고 이때부터 학부모단체의 반발이 거세졌다.

내년 말까지 단설 진천유치원 건립예산안이 도의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도교육청은 교육부가 내려주기로 한 국비 78억원을 반납하게 된다.

한편 지난해 5월, 올해 11월 등 2차례나 도의회 문턱을 넘지 못한 충주 단설유치원 건립예산 54억원은 18일 열리는 도의회 예결위를 통과해야 되살아난다.만약 예결위와 20일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면 이 예산 역시 국고에 반납하는 처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