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의 씨오리 농장에서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AI)가 고병원성인 H5N8형인 것으로 확인됐으나 방역당국은 살처분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잠정 보류하기로 했다.

충북도 AI방역대책본부는 1월30일 "설 연휴가 끝나는 2월2일까지는 일단 상황을 지켜본 뒤 살처분 범위를 확대할지 말지를 결정할 계획"이라며 "전날 충북도가축방역협의회를 열어 이같이 정했다"고 밝혔다.

방역협의회는 도내 가금류 사육농가에서 추가 의심신고가 한 건도 들어오지 않은 점과 충북지역 철새 이동량이 '서해안 벨트'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점을 내세워 이렇게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2월1일 추가 살처분을 단행하기 위해 예비인력을 확보했던 진천군도 방역협의회의 이런 방침에 따라 잠정 보류했다.
하지만 AI 바이러스 잠복기가 짧게는 일주일 밖에 되지 않는 점을 고려할 때 진천 씨오리 농장에서 AI의심신고가 들어온 1월27일부터 꼭 일주일이 되는 2월2일 이후엔 의심신고가 잇따를 수도 있는 상황이다.

방역대책본부는 이 점을 고려해 방역활동과 함께 농가의 이상 징후를 살피는 전화예찰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AI의 주범이 철새라는 잠정적 결론에 따라 방역당국이 철새도래지에 대한 항공방제도 검토했지만 결론은 내지 못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산림청 헬기 1대를 파견해 충북의 최대 규모 철새도래지인 미호천에서 2월1일 항공방제를 하기로 했으나 환경부가 하천 수질오염과 주택가 피해 등을 우려해 '부동의'함으로써 사실상 항공방제는 물건너간 상태다.

이날 자정부터 2월4일까지 도내 최대 전통시장인 청주 육거리종합시장에선 닭·오리를 외부로 빼낸 뒤 방역하는 일제소독도 진행된다.

도는 AI 바이러스가 다른 시·도에서 넘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고속도로 주요 출구 16곳과 버스터미널·KTX오송역 등지엔 소독시설을 설치했다.

한편 지난 1월24일 청원군 미원면의 한 과수원 인근에서 발견된 물까치 16마리의 사인은 AI바이러스와 무관하다는 정밀검사 결과가 나왔다.

대책본부 관계자는 "간이검사에 이어 정밀검사에서도 음성 반응이 나왔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농림축산검역검사본부는 전날 오후 늦게 진천 이월면 씨오리 농장에서 폐사한 오리에서 고병원성인 H5N8형으로 확진됐다고 도에 통보했다.

전국적으로 AI 양성확진이 내려진 곳은 전북 6건, 충남 2건, 전남 2건, 충북 1건에 이어 경기도 등지로도 확산하고 있다.

앞서 도와 진천군은 이월면 씨오리 농장의 오리 5000마리 등 반경 500m(오염지역) 안에 있는 오리 1만1400여 마리(닭 70마리 포함)를 지난 1월28일 살처분했다.

만약 살처분 범위가 위험지역(반경 3㎞)으로 확대하면 살처분 대상 가금류는 24만 여 마리로 증가한다.

충북은 2003년 12월 이후 10년 동안 AI가 발생하지 않았으나 이번에 진천 씨오리 농장에서 살처분이 진행됨으로써 'AI청정지역' 지위를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