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껏 기세를 올리던 조류 인플루엔자(AI)가 며칠 동안 소강상태를 보여 한숨을 내쉬었던 충북 방역당국이 다시 바빠졌다.

1월28일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진천군 이월면 삼용리 씨오리 농장의 반경 500m(오염지역) 안에 있는 가금류 1만1514마리(오리 1만1444마리, 닭 70마리)를 살처분했던 충북도와 진천군은 2월1일 위험지역(반경 3㎞ 이내)에 대해 4일 만에 다시 '예방적 살처분'을 시작했다.

충북도 AI방역대책본부는 "1차 살처분 당시 (삼용리 씨오리 농장 주변에 있는)육용오리 농장에서 채취했던 가검물의 정밀검사 결과 고병원성 AI 판정이 31일 오후 늦게 나왔다"고 밝혔다.

이 육용오리 농장은 1월2일 전북 고창의 씨오리 농장에서 새끼 오리를 분양받았던 곳이다.

도와 군은 2월1일 오전 공무원 160여 명을 투입해 7개 오리 농가에서 기르는 6만마리, 2월2일에는 6개 오리 농가 8만6200마리 등 이틀 동안 14만6200마리를 살처분하기로 했다.

이어 2월3일엔 위험지역 안에 있는 농가의 닭(산란계) 10만 마리도 살처분할 계획이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살처분 현장 등을 돌며 방역활동을 독려하고 있다.

방역본부 관계자는 "도내에서 첫 의심신고(1월 27일)가 나온 이후 며칠 동안 추가신고가 들어오지 않아 소강상태에 접어든 것으로 판단하고 추가 살처분 계획을 유보했으나 AI가 위험지역 안에서 또 확인됨으로써 살처분 범위를 확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와 군은 최초 발병지인 전북 고창 씨오리 농장에서 새끼 오리를 분양받은 농장이 경계지역(반경 10㎞)에도 있는 점을 고려해 이동제한 조치를 강화하기로 했다.

고창 씨오리 농장에서 분양받은 충북지역 16개 농장 가운데 위험지역 안엔 4가구, 경계지역 안에는 6곳이 있다.

AI 바이러스 유입경로는 오리무중이다.

진천군 이월면 육용오리 농장이 고창에서 새끼 오리를 받은 것은 지난 1월2일이었고 1월17일 정밀검사에선 음성 판정(1월 23일)을 받았지만 1월28일 첫 살처분 당시 채취한 시료에선 고병원성 AI 양성판정이 나왔다.

대책본부 관계자는 "정부 차원의 역학조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현재로선 AI 유입경로를 알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종오리장과 종계장, 부화장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가금류 농가당 읍·면 공무원 1명씩을 맡기는 담당제도를 신설해 소독은 제대로 하는지 관찰하고 매일 한 차례 이상 직접 농가에 방문해 이상징후가 없는지를 살피기로 했다.

충북엔 종오리장 18곳, 종계장 22곳, 부화장 17곳이 있다.

충북도축산위생연구소는 3월10일까지 종오리 농가에 대한 일제 정밀검사를 하고 이 기간에 도 축산과는 방역실태를 점검할 계획이다.

부화 중인 알까지 전수조사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충북은 2003년 12월 이후 10년 동안 AI가 발생하지 않았으나 이번에 진천 씨오리 농장에서 살처분이 진행됨으로써 'AI청정지역' 지위를 잃었다.